📚리뷰: 제인 에어

[스포 주의: 이 177년된 소설의 줄거리를 알고 싶지 않으면 더이상 읽지 마세요!]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는 타이틀 여주인공 제인 에어가 어려운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따라가는 빅토리아 시대 소설입니다.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된 제인은 가학적인 이모의 집에 홀로 보내져 방치와 학대를 겪습니다. 로우드 보딩스쿨에 보내진 제인은 처음 8년은 학생으로 그리고 나중 2년에는 선생님으로서 힘든 기간을 견뎌낸 후, 19살 나이의 제인은 썬필드 홀에서 가정교사로 일자리를 얻게 되고, 그 집안의 주인인 수수께끼 같은 로체스터 씨를 만나게 됩니다. 사회적 지위와 20년의 나이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인과 로체스터 씨는 서로 깊은 대화가 통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어서 사랑에 빠집니다. 그러나 로체스터 씨의 어두운 비밀, 즉 그가 다락방에 숨겨둔 미친 아내 버사의 존재가 그들의 결혼식 예배 도중에 밝혀지면서 그들의 행복은 위협을 받습니다. 결국, 제인은 사랑을 위해 자신의 신앙과 원칙을 타협하려 하지 않고 로체스터 씨로부터 떠나기로 선택합니다.

소설 초반에 제인이 엄격한 로우드 스쿨에서 보낸 시간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사람의 영혼에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것은 어떤 교리나 이데올로기의 옳고 그름이나 준수가 아니라, 동료 인간으로부터 받는 작지만 구체적인 친절한 행동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됩니다. 어린 제인에게는 학교에서 매일 수차례 열리는 예배시간과 기도시간의 신학적 정확성이나 강행군 훈련 프로그램의 철학 보다는 토요일 저녁 템플 선생님의 따뜻한 미소와 함께 받은 추가의 토스트 조각 하나, 또 힘들고 지친 자기에게 찾아온 친구 헬렌의 위로의 말 한마디가 훨씬 더 깊게 울립니다.

제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바로, 그녀는 뛰어난 지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복음의 진리에 대한 이해나 적용하는 데에는 전반적으로 상당히 느리다는 것입니다. 특히 그의 학교 친구 헬렌과 대조되는 것을 봅니다: 헬렌은 은혜와 구원과 같은 기독교 개념에 대한 확고한 이해와 적용에서 현재 처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목적을 찾고 심지어 제인을 위로할 수 있는 위치에 까지 다달았지만, 제인은 끝내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자신의 삶의 더 깊은 영적인 의미를 깨닫지 못하는 다소 둔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는 흥미롭게도, 제 아이들에서도 발견하는 현상입니다: 영적 진리의 이해에는 지적 능력이 별 상관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기독교 교리의 미묘함을 이해하는 데 있어 어쩌면 둔했을지라도, 제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덕적으로 올바른 기독교인으로의 삶을 사는데 추호의 타협도 허락하지 않습니다. 약혼자인 로체스터 씨의 어두운 비밀이 그녀의 세계를 완전 뒤집어 엎어 놓았지만, 제인은 로체스터 씨에 대한 깊은 애정에도 불구하고 썬필드 홀에서 도망치기로 하고, 그의 이러한 결단력은 그녀의 원칙에 대한 헌신을 잘 보여줍니다.

유혹을 박차고 아무런 계획이나 돈 한 푼없이 일단 거리로 뛰처 나와 코치에 올라탄 제인은 그렇게 2박 3일의 험난한 노숙 여정을 시작합니다.  수 차례의 낯선 사람들, 상점 주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구해 보지만 가차없이 거부당하면서 아무 방향 없이 걸어가는 그녀의 여정은 어떤 친절한 3남매가 (하필하면 그들의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루고 1주일 같이 모여있는 기간에) 사는 집 문 앞에서 쓰러지며 끝납니다. 수 개월 이후 그들이 바로 제인 자신도 모르고 있었던 친사촌 누나들과 오빠들였다는 것을 깨달으며, 거리로 뛰쳐나온 제인을 완벽하게 인도하신 하나님의 전능하시고 신실하신 손길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 하나님 아버지의 자녀들은 모두 이런 간증들이 하나 둘 쯤은 있지 않나요? 하나님께서 어떻게 그를 사랑하는 자들에게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셨다는 놀라운 이야기들을 새로히 기억하며 묵상할 때, 우리는 모세가 출애굽기에서 한 것처럼 다음과 같은 찬양을 절로 부르게 됩니다:

여호와여, 신들 중에 누가 주와 같습니까? 누가 주와 같습니까?
주는 거룩함으로 영광스러우시며 찬송 중에 위엄이 있으시며 기사를 행하십니다.

출애굽기 15:11

소설 후반 부에 등장하는 제인의 사촌 오빠 Saint John (“세인트 존”이라고 쓰고 “신진” 이라고 읽습니다)은 정말 특이한 인물 입니다. 목회자요, 인도로 선교를 꿈꾸는 그는 투철한 종교적 열정과 성경에 대한 깊은 이해, 하나님의 의와 나라를 먼저 구하는 열정은 있으나 인간 본성과 사랑에 대한 깊은 오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촌 동생 제인을 묵묵히 지켜보던 신진 목사는 사랑이 결여되고 의무에만 뿌리를 둔 (“나와 함께 인도 선교지로 가서 주의 일을 도와다오, 그리고 선교지에 단신의 신분으로 갈 수 없으니 나의 아내가 되어 주오”) 한마디로 또라이 청혼을 하게 되고, 당연히 제인은 이에 완강히 거절합니다. 결국 혼자 선교지로 떠나 고독하고 힘든 삶을 사는 신진의 삶에서 우리는 다시 진정한 감정의 중요성과 인간의 됨됨이를 생각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제인 에어”를 읽는 내내 샬롯 브론테의 글쓰기 기술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브론테는 설정과 캐릭터의 생생한 초상화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제인 에어의 내면 세계의 복잡하고도 휘몰아치는 감정, 이성적인 스스로 논의 과정, 그리고 도덕적 딜레마를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그녀의 문체를 통해 브론테는 제인의 경험의 풍부함을 명확하고 울림 있는 방식으로 전달하며, 독자들을 그녀의 심리의 가장 깊은 곳으로 초대합니다. 각 단어는 신중하게 선택되고, 각 문장은 정밀하게 구성되어, 제인의 경험을 단순히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그 본질을 전달합니다. 이러한 탁월한 스토리텔링의 힘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하나님께 깊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