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타 센츄리

나는 차를 그렇게 좋아하는 남자가 아니다. 주변에 자동차 광팬들이 얼마나 많은데, 나는 진짜 아니다. ㅎㅎ

그런데 말이다, 토요타 센츄리(Toyota Century)는 다르다.

이 차는 1967년부터 시작된, 일본에서만 만들어지는 진짜 ‘황실·총리 전용’급 세단이다. 렉서스 LS가 아무리 고급이라 해도 토요타는 끝까지 “렉서스가 아니라 토요타”라는 이름을 걸고 이 차를 만들었다. 그 철학이 뭐냐면, 티 내지 않는 조용한 럭셔리. 겉보기엔 평범한 검은 세단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5000cc V12 엔진(아직까지 일본에서 나온 유일의 양산 V12 세단이다)을 얹고, 승차감 하나만을 위해 모든 엔지니어링을 쏟아부었다. 소음·진동·거침(NVH)을 없애는 데는 거의 병적인 집착을 보인다. 내구성(신뢰성)도 최우선. 그래서 2세대(1997~2017) 모델은 잘 관리만 하면 100만 마일(160만 km)도 거뜬하다고 소문난 차다.

몇 년 전 이 차 이야기를 처음 접하고 나서 완전히 사랑에 빠졌다. 유튜브에 올라온 센츄리 영상은 거의 다 돌려본 것 같다. 겉은 평범한데 속은 완전 다른 차. V12로 조용함과 부드러움을 극대화하고, 내구성은 또 얼마나 좋은지..

심지어 이제 영국에도 나 같은 센츄리 덕후들이 생겨서, 직수입으로 50대 정도 다니고, 동호회까지 생겼을 정도.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냥 로망이었다.

올해 8월, 앞으로 새 집으로 이사하면 위치가 너무 멀어 세컨드카가 꼭 필요하겠다는 결론이 났다. 중고차를 알아보는데, 전기차는 죄다 2만~3만 파운드가 훌쩍 넘고… 그러다 우연히 2008년식 토요타 센츄리가 매물로 나온 걸 봤다. 가격 13,000파운드, 색상은 로얄 블루 메탈릭. 심장이 쿵쾅쿵쾅…

바로 하나님께 기도드렸다.

“아버지, 저 이 차 진짜 갖고 싶어요. 만약 이 차를 사는 게 주님 뜻이라면, 저희가 새 집 이사 잘 마치는 날까지 이 차 절대 팔리지 않게 지켜 주세요.”

(그때는 이사 날짜도, 계약 날짜도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했다. 지금은 컨디션이 좋다 해도, 고장 나면 부품은? 일본에서 공수해야 하는데… 정기적으로 타줘야 하는 차인데… 고민이 많았다.

근데 이런 말이 있지 않나?

“Reasonableness is the thief of joy.” (합리적이려고만 하면 기쁨을 도둑맞는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내가 이렇게 가슴 뛰는 차를…

(게다가 우리 안에 소원을 두고 이루시는 분이 하나님이시지 않은가? 사사기 14:4도 떠올랐다.)

안전성도 오히려 플러스고, 잔고장 나더라도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할 수 있겠다 싶었다.

예전에 케임브리지 입학하자마자 자전거가 절실해서 새벽기도 때 아주 구체적으로 기도했던 일이 떠올랐다. 색깔, 모델, 메이크, 가격까지 다 종이에 적어서 기도했는데, 그날 오후 자전거 가게에 갔더니 내가 기도한 그 자전거가 딱 있었는데 가격이 35파운드가 아니라 45파운드였다. 주인에게 종이 보여주며 “오늘 새벽에 이 자전거 위해 기도했는데 정확히 똑같네요. 근데 10파운드만 깎아주세요” 했더니 진짜 깎아줘서 35파운드에 샀다. 그 자전거 4년 내내 타면서 탈 때마다 하나님께 감사했던 기억…

‘혹시 이 센츄리도 내 인생에 그런 차가 될 수 있겠구나’ 하는 믿음이 생겼다.

이사 일주일쯤 전, 다시 기도하고 처음으로 차주에게 전화했다.

다행히 아직 안 팔렸고, 오히려 며칠 전에 앞 서스펜션 대대적인 수리를 끝냈다고 한다. 부품은 일본에서 직수입해서. 만약 내가 몇 주만 일찍 전화했어도 수리 안 했을 거라고… 하나님 타이밍이 딱 맞아떨어졌다. 그리고 일본에서 직수입 하는 과정을 내게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다. 

주변 분들 조언도 들었지만, 결국 이사 다음 월요일에 차를 사러 갔다. 오우너가 수리하러 가는 개라지도 같이 가서 수공에게 객관적인 평가도 받았다. 모두 이구동성으로 차 컨디션은 최고라고 했다. 망설임 없이 100파운드 깎아서 12,900파운드에 계약!

집으로 몰고 오면서… 와, 진짜 지금까지 타 본 차 중 최고였다. 고속도로에서 옆에 람보르기니 지나가는데 솔직히 ‘내 차가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께 감사 감사…

또 하나, 부모로서 아이들 학교 데려다주는 몇 년은 사실 ‘전속 택시 기사’로 섬기는 시간이다. 우리 부모님도 그러셨는데, 그 은혜가 이제야 더 깊이 와닿는다. 그래서 이 최고의 ‘쇼퍼카’로 아이들에게 최고의 쇼퍼 체험을 시켜 주면서, 자부심도 함께 심어주고 싶었다.

오늘 아침, 센츄리에 아이 셋을 태우고 학교에 갔다. 구름 위를 떠다니는 듯한 승차감에 아이들이 계속 “와아~!” 하며 감탄하는데, 내가 말했다.

“얘들아, 이 차는 일본이 국가의 자존심을 걸고, 최고의 VIP만 태우기 위해 만든 차야. 근데 너희는 우주와 만물을 말씀으로 창조하신 하나님의 자녀들이다. 너희는 그보다 훨씬 더 귀하고 가치 있는 존재야. 그래서 아빠가 이 차를 산 거란다. 이제부터 학교 가서도 ‘나는 하나님 자녀다’ 하는 당당한 자존감으로 살아가거라!”

아이들이 눈 반짝이며 “진짜 감사해요 아빠!!” 하며 완전 감동받았다. 나도 눈물이 핑 돌았다.

주님, 감사합니다! 이 차 사고 없이 잘 관리해서 오래오래 가족과 좋은 추억 쌓게 하시고, 매일 타면서 주님 은혜 생각하며 감사하게 하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