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SEC 2023 다녀와서

작년 첫 DSEC (Data Science and Engineering Conference) 2022 대회 이후 두번째로 열리는 DSEC 2023에 참석했다 (2023.11.7-9). 은행에서 최근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디지털 혁신 팀 (대부분 대학원/대학교 갓 졸업한 풋풋한 20대 직원들)의 결속력과 팀워크를 다지기 위해 열리기 시작한 이 대회는 감사하게도 타 부서원들에게도 몇몇 자리를 내어 같이 참여하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고, 하나님의 은혜로 작년과 올해 두 번 다 참석 할 수 있었다. 11월달 3일간 에딘버러 Royal Bank of Scotland 본부 캠퍼스에 위치한 Conference Building에서 진행되며, 첫날은 주로 임원들 및 외부 강사들의 Keynote 강연/워크숍이 있고 참석자들이 서로 네트워킹을 하라고 시간이 주어진다. 작년 처음 이 대회를 참석하며 (영국 직장생활 7년차에 첫 출장) 처음 직접 보는 에딘버러 본사 캠퍼스를 걸으며 예전 대학교 처음 입학할 때 그 때의 벅참 그 감격, 그 기대가 넘치는 풋풋함을 진하게 느낀게 아직도 기억이 난다.

DSEC 3일 중 둘째날-셋째날에은 Hackathon 대회가 이루어 진다. Hackathon은 Hack=코딩 + Marathon 합성어로 5명1조 20개 팀이 한가지 주제를 가지고 36시간 안에 실제로 작동하는 프로그램/도구/계산기를 만들어 5분 발표와 실시간 데모를 통해 우승 팀을 선발하는 대회이다. 작년 주제는 “물가상승과 경제침체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고객들을 위해 은행이 어떠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이었다. 주체측에서는 문제를 풀기 위해 Machine Learning 알고리즘 사용에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했지만, 나는 곧바로 이 문제는 기술(Machine Learning)의 문제가 아닌 고객들과의 의사소통(User Interface)의 문제라고 간파하고, 특히 지난 2년간 미국 민주당 놈들의 ‘소득주도성장’ 및 ‘그린 에너지’ 미친 정책으로 난리가 난 이자율 인상 때문에 집 모기지를 재계약을 할 때 지금까지 지급해왔던 액수보다 더 많은 지출 (실질적인 월세 인상) 때문에 힘들어하는 고객들에 집중하였다. 이 흔히 왈 Cost of Living Crisis 하는 문제의 핵심은, 일반 고객들이 “몇개월 후 모기지 재계약을 해야 하는데, 정확히 얼마나 월세가 인상할 지 모르겠다”, 이 정확한 액수를 모르기에 이 미지에서 오는 어려움 이었다. 아무리 액수가 오르더라도, 그 정확한 액수를 알면 가계부를 조금 고치더라도 미리 준비를 할 수 있는게 아닌가. 그래서 고안한 것이 My Mortgage Insight 라는 계산기를 만들어 거의 모두가 알고 있는 정보 (지금 내는 Monthly Premium 및 현재 내는 이자율, 모기지 남은 기간) 만 가지고 앞으로 이자율일 얼마나 오르면 Monthly Premium이 정확히 얼마나 오르는지 (예를 들어 이자율 4% 인상이면 월 +650파운드 인상) 가르쳐 주게 하였다. 36시간 안에 고안부터 최종 만들기 까지 하는 데 있어서 정말 마라톤을 달리는 듯한 에너지를 쏟아 부었고, 결과물 에도 정말 뿌듯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작년의 문제는 팀워크 이었다. 2022년 팀에는 나 외의 4명이 있었는데 전부 다 20대 초반 풋풋한 직원들이었다. 문제는 이들이 내가 이 문제의 핵심을 보는 것 (이 문제는 머신 러닝으로 풀라고 하면 안돼)에 전혀 동의하지 않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자기들끼리 머신 러닝 해결책을 만들려고 시도하는데 허비했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혼자 열심히 만들어 잘 구동되는 실질적인 결과물은 있었지만 그것을 포장하는 발표자료는 허접하기 그지없었고 우리는 1차 라운드에서 떨어지는 비극을 경험하고 말았다. 그 해 우승한 팀은 실질적인 결과물도 없었는데 번드레한 발표자료 하나로 우승까지 하는 것을 보면서 속으로 울분을 참을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올해는 회사에서 DSEC 첫 째날은 못 보내주고 중간 Days 2-3 Hackathon 만 참석하고 오라 해서 작년과 달리 화요일 저녁에 이지제트 비행기를 타고 (작년에는 런던 킹스크로스에서 분위기 있게 기차 타고 갔다옴) 둘째 날 부터 참석했다. 다시 본사 캠퍼스를 걸으며 대회 장소로 걸어가는데 내 안에서 갑자기 타오르는 감정에 소스라치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 감정은 다름이 아닌 진한 슬픔 그 자체이었다. 작년에 이 대회를 처음 참석할 때 캠퍼스를 걸으며 느꼈던 그 벅참, 그 감격, 하나님께 감사 감사하는 쉬지않는 기도, 그 기대감, 그 풋풋함이 지난 12개월 만에 너무 초라할 정도로 이제는 까마득하게 잊혀지고 변질되고 아무 부질 없었다는 데에서 나오는 슬픔이었다. 스코틀랜드 춥고 낙엽이 다 떨어진 그 가을 풍경을 걸으며 나도 이제 나이 40이 되어 예전처럼 앞으로의 비전과 기대감 그 하나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게 더이상 아니라는 나의 현실에 대한 깨달음 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그에 대한 슬픔 감정 그 자체. 이렇게 내 목 안에서 느껴질 수 있을 만큼 그런 진하고 무거운 슬픔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나님께 대화하고 기도로 소화하여야 했지만, 이런 슬픈 감정도 건강한 사람이 충분히 겪을 수 있는 그리고 겪어야 하는 것임을 인지하며 충분히 내 몸이 경험하게 억지하지 않고 그냥 충분히 지나가게 두었다. 지나고 보니 이런 깊은 슬픔의 계곡과 나중에 우승이라는 희열의 정상을 지난 롤러코스터와 같은 몇일을 주시고, 또 그 가운데에서 조금도 변함의 그림자도 없으신 신실하신 하나님께 감사 드린다.

올해 대회의 주제는 Chat GPT 이었다. 작년 11월 (아이러니 하게 2022년 DSEC 대회 중) 출시되어 전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Generative AI (생성 인공지능) 기술은 실로 지난 12개월 동안 온 세상을 바꾸어 놓기 시작했다. 이제는 누구도 자신만의 도움이가 생겨 코딩, 번역, 글쓰기, 등 수만가지 직무를 할 때 생산력을 몇 배 이상으로 증가시키는 도구가 나온 것이다. 그래서 우리 은행도 이제 회사적으로 이런 툴을 쓰기 시작했고 직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이런 툴을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런 배경 가운데, 이 GPT 기술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사용하여 우리 은행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하나 고안하고 만들어 보라는 것이었다. 않그래도 평소에 이 기술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컴퓨터, 인터넷, 그다음의 혁신인 이 GPT 기술은 꼭 놓지고 싶지 않은 소망이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꼭 레벨업 하리라 다짐했다. 돌아보면 정말 이번 대회를 통해 스킬업 할 수 있었고 환상적인 팀워크가 돋보여 우승을 안했더라도 하나님께 너무 감사한게 많은 경험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하나님께서 우리 팀을 우승하게 여러가지 섭렵하신 것이 느껴진다. 두서없이 적어보면:

• 이 대회 바로 전날 저녁, OpenAI(Chat GPT를 만든 미국회사)에서 처음으로 DevDay 라는 발표를 하고 50분 동안 앞으로 전망을 구체적으로 발표했다. 감사하게 나는 비행기 타고 오면서 이 비디오를 처음부터 끝까지 공부하며 보았고, 이게 우리 개발 과정 및 발표 자료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 기술의 현재 모습 뿐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 것이라는 인사이트를 대회 바로 전에 알게 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맞춤형 GPT 출시. “GPT” terminology for all custom GPTs)
• 작년과는 다르게, 우리가 방에 들어가 처음 시작 할 때 부터 나는 칠판에 이번 대회의 판단 표준 7개를 크게 적어 놓았다. 각 표준마다 10점, 70점 만점인데, 여기에 아이디어의 기발한 것은 그중에 하나 10점 그 뿐이었다. 나머지는 도구가 얼마나 잘 실현되었는지, 발표 자료 및 전달, 은행에 대한 실질적 이득을 계산 했는지, 도구의 위험요소들은 구체적으로 고려하고 방책을 세웠는지 이었다. 우리는 그래서 처음부터 이 7개 표준을 모두 맞추려고 노력했다 (아직도 놀라는 부분은 나머지 19개 팀이 이렇게 한 팀이 최종 스테이지로 간 4개 팀 중에도 우리 말고는 없었다는 것이다). 나중에 들은 얘기는 최종 심사원 4명이 모두 우리 팀을 택하는 완승 이었다고 한다.
• 팀원들이 너무 좋았다. 이번에는 우리 부서에서 같이 간 2명의 동료들도 같은 팀이 되어 너무 좋았지만, 또 나머지 2명도 좋은 조화를 이루었다. 예를들어 나이 50이 넘어 보이는 브라이언은 자신은 이런 기술적인 부분이 약한 것을 처음부터 솔직히 얘기 하고 그러나 20년 넘는 은행 경력과 넓은 경험으로 어떤 부분이든지 돕겠다고 해서 처음부터 발표자료를 맞겼다. 물론 나중에 내가 처음부터 다시 새로 뜯어 고쳐야 했지만 브라이언은 우리에게 항상 든든한 응원자 이었다.
• 처음 아이디어 선정하는 부분에서 정말 날카로운 대화 토론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우리가 다 공대출신 남자들이어서 그런지 그 누구도 자기 아이디어에 대한 매서운 비판을 모욕이나 공격으로 여기지 않았고, 오직 이성의 범위에서 가차없는 비판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중에 안드레아스라는 그리스 아이는 정말 이상한 아이디어만 계속 고집했는데 내가 조목조목하게 네 아이디어는 이렇고 이래서 쓰레기 아이디어고 우리가 여기에 더 시간을 버리면 안된다고 논리정연하게 이야기하자 감사하게 받아 들였다. 그래서 약 11시 반 (시작한지 2시간 반 지난) 에는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정확한 도구의 그림이 나왔고 구체적으로 작업을 팀이 나누어 시작할 수 있었다. 참고로 작년에는 우리 팀에서 이런 대화가 불가능했고 (20대 초반 여자가 3명..) 그래서 팀이 한마음 한 방향으로 끝까지 갈 수 없었다.
• 처음 아무리 매섭게 서로 토론하고 했지만 한 마음으로 다져진 팀은 갈수록 팀워크가 좋아졌고 마지막 발표 중에도 이런 분위기는 모두에게 느껴질 수 있을 정도로 좋았다. 분명 최종 발표에서도 이런 게 중요했지 싶다.
• 평소 습관대로 수요일(Hackathon Day 1)은 금식 날이라 아침에 맛있는 호텔 조식 부페가 약간 시험이 되었지만 금식했다. 물만 먹으며 하루 종일 두뇌를 쓰니 얼마나 속도 편하고 생각이 맑고 그날 밤은 9시간 반을 숙면 할 수 있었다. 할렐루야. 그리고 금식한 상태에서는 ego혼이 많이 죽어/자제될 수 있는 상태라 아무리 날카로운 비판이 오가도 선을 넘지 않고 감정적으로 받아치는 게 없는 비결이 된 것 같기도 하다.
• 첫날 저녁 늦게까지 (사무실이 닫아 장소를 옮겨가면서) 같이 일하면서 우리는 어떻게서든 오늘 저녁에는 데모가 구동 되는 것을 보고 끝내자 동의했고, 다행이 저녁 7시가 되어 데모가 처음으로 구동되는 것을 보고 각자 호텔 방으로 향했다. 이렇게 첫날 매듭을 잘 지어 둘쨋 날은 발표 자료와 발표에 집중 할 수 있어서 좋았던것 같다.
• 발표는 우리가 한 명이 한 슬라이드(전체 5개 슬라이드)씩 맡아 돌아가는 식으로 했고, 총 발표 시간 (데모 실현 시간 포함) 5분을 맞추는 연습을 계속 반복했다. 연습 후 서로 개선할 점이 있으면 가차없이 피드백을 주고 그렇게 계속 고쳤다. 팀워크가 잘 되어 이것도 가능했다.
• 첫 라운드 그룹 스테이지 (각 그룹 당 5개 팀중 1개 선발)에서 우리의 심판을 맡아 주었던 분들에게 마지막 까지 피드백을 들어 그것을 발표 자료에 반영한게 큰 도움이 되었다. 예를 들어 첫 슬라이드에 이 툴이 무엇인지 한마디로 요약해 넣으면 좋겠다고 해서 바로 “A GenAI Model Validation Assistant Tool” 이라고 넣은 것. 스크린에 비추어 지는 컴퓨터 화면에 쓸데 없는 것은 다 치울 것.
• 발표 자료에 이모지🫠를 많이 넣으면 좋은 반응을 얻는다는. 🚀

결론적으로 우리는 그래서 이 도구를 은행에 도입하는 데 약 23만 파운드 비용💷이 들지만, 이 도구를 도입하면 은행이 보는 이득을 첫 해에만 약 1,400만 파운드💰로 예상했다. 최종 심판들도 이 액수에 동의하는 것을 보며 도구 비용에 우리 팀원들 각각 10만 파운드 보너스를 포함 시킬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ㅎㅎ 대신 우승팀 상은 아마존 50파운드 상품권. 그래도 감사!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