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수서원 Part 2

(지난 번 예수서원 제1파트를 이어 후반부 글입니다. 미처 못 읽으신 분들은 이해를 돕기 위해 먼저 전반부 글을 읽으시기 바랍니다. English is here.)

바울이 만난 예수님

지난 번에 우리는 바울의 균형잡힌 구심력과 원심력의 삶, 예수님을 중심으로 평생 학습자로 살아간 모습을 배웠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바울을 그렇게 한순간에 바꾸어 놓은 다메섹 도상 사건, 즉 바울이 만난 예수님에 대해 배워야 하겠습니다. 

다메섹 도상에서 바울이 만난 예수님은 한마디로 우주적인 “I AM” (YHWH) 존재, 바로 모세에게 불타는 떨기나무에서 말씀하신 그 동일한 하나님이셨습니다. 그 만남에서 그는 예수님 앞에서의 공포와 전율이라는 단계를 걸쳐 숭고하고 장엄한 그리스도의 영광을 인식하는 경지에 이르렀으며, 이는 결국 깊고 지속적인 매혹과 열광으로 이어졌습니다. 바울이 처음 접한 “숭고한” 하늘 보좌 예수님을 다음의 두 편의 시로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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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만약 내가 울부짖는다면, 천상의
질서 속에서 나를 들을 수 있을까? 그리고 만약 누군가가
갑자기 나를 자신의 품에 안는다면, 나는 그보다 더 강한
존재 속으로 사라져 버릴 것이다. 아름다움이란,
그저 우리가 아직 견딜 수 있는 두려움의 시작일 뿐,
우리는 그것을 존경한다, 그것이 우리를 파괴하지 않으려
차분히 경멸하기 때문에. 모든 천사는 두려움이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을 억제하고, 어두운 흐느낌의 울음을 삼킨다.
아, 그럼, 누가 우리를 사용할 수 있을까?
천사도 아니고, 인간도 아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두이노애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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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
   주께서 처음 저를 찾아 오셨을 때
   그때 제 마음은 미친 회오리바람이 되었습니다.
   쏟아져 내리는 벼랑의 폭포,
   쏟아져 내리는 소나기비가 되었습니다.

예수님,
  주께서 처음 저를 찾아 오셨을 때
   그 때 제 마음은 수천만 마리
   노고지리 우는 날의 아지랭이 같았습니다.
   번쩍이는 비늘을 단 고기들이 헤엄치는
   초록의 강 물결
   어우러져 날으는 아기구름 같았습니다.

예수님,
   지금도 주님은 제 마음에 살아 계셔서
   이제
   산골에 피어나는 도라지꽃 같은
   내 마음의 빛깔은 당신의 사랑입니다.

서정주의“다시 밝은 날에” (산온당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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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지 않습니까? 바울이 만난 예수님은 단순한 인물이 아니라, 모든 것을 창조하신 우주적인 존재였습니다. 그 만남이 그를 완전히 변화시킨 것처럼, 예수님과의 만남이 우리를 얼마나 깊이, 온전히 변화시킬 수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여러분은 예수님과의 첫사랑을 기억하시나요? 그 처음의 뜨거운 사랑, 그 열정을 여전히 간직하고 계신가요? 아니면, 에베소 교회처럼 첫사랑을 잃은 채, 주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지는 않나요? 아니면 라오디게 교회처럼 미지근한 믿음으로 책망을 듣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제 자신도 돌아보게 됩니다.

예수서원 테마: 예수님 한 분에 미치다!

이번 예수서원의 테마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예수님 한 분에 미쳐보자!”입니다. 그리고 제가 이번 예수서원을 통해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 한가지입니다: “아! 예수님은 정말 한 번 목숨 걸고 미쳐볼 가치가 있는, 그 자체로 무한한 가치이시구나! 예수님 한 분에 미친 삶이 이렇게 놀랍고 멋질 수 있구나!” 

사람들은 정말 다양한 것들에 미치곤 합니다. 여자, 돈, 술, 스포츠, 취미 등, 그 종류가 무수히 많지만, 하나 공통된 점은 결국 그 ‘도’에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무엇에 미쳤든, 지나치게 집착하면 그 사람의 인생은 균형을 잃게 되고, 초췌해 지며, 주위의 관계는 파괴되고, 결국 중독이라는 쇠사슬에 갇히게 되어 모든 자유를 잃은 채 인간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짐승처럼 살아가게 되는 것을 봅니다. 반면 제가 이번 예수서원을 통해 깨달은 중요한 진리는 이렇습니다: 예수님이라는 우주적인 존재에 미치면, 그 ‘도’가 지나칠수록, 그 사람의 인생은 더 이상 초라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의 삶은 균형을 되찾고, 더 풍성해 지며, 주위 관계는 회복되고, 하나님의 창조 목적을 실현하는 진정한 자유를 누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나의 삶이 온전히 예수님으로 채워질 때, 태평양보다 더 넓고 무궁무진한 그 우주적 천상 예수의 바다에 한방울만한 나의 삶이 온전히 던져질 때, 그 예수님의 총체성 안에서 자유자재로 뛰놀며 상상을 초월한 새로운 차원의 삶을 살게 된다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예수님 한 분에 미쳐보기로 작정한 인간, 배홍철 입니다. 

예수서원 가르침의 형식: 스토리텔링

우리는 사도 바울의 삶의 깊이 있게 탐구하면서, “예수님 한 분에 같이 미쳐보자”는 초청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예수서원” 일주일 동안, 고 목사님은 역사적으로 예수님에 미친 믿음의 선구자들을 하나하나 이야기를 통해 풀어내셨습니다.

제 글의 전반부를 읽은 아내가 지적했습니다. 글에서 다양한 개념을 설명하는 부분은 좋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이 빠졌다고 했습니다. 그녀는 개인적으로 일주일 동안의 가르침 중에서 고 목사님께서 들려주신 이야기들 (베토벤 이야기 등등) 그 자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고 목사님의 가르침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그 또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 목사님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하나님께서 특별히 “이야기꾼”으로 훈련시키셨고(이 부분은 글이 길어질 수 있으므로 생략하겠습니다), 그로 인해 고 목사님의 스토리텔링은 정말로 사람을 빠져들게 하는 강력한 흡입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마이크를 통해 들려오는 그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매 강의마다 시공간을 초월하여 그 이야기의 세계에 빠져드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고석희 목사님께서 예수님에 미친 계기: “그런데 예수님도 다녀가셨겠지?”

50년 동안 선교를 위해 전세계를 뛰어다니며 세계한인선교대회를 이끌어 오신 고 목사님께 인생의 근본부터 흔들리게 만든 사건이 있었습니다. 시카고에서 세계한인선교대회를 마친 후, 습관을 쫓아 어머니와 함께 빈 대회장에서 감사기도를 드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께서 이번 대회에 참석한 사람 수가 몇 명 정도 되냐고 물으셨고, 고 목사님은 “5천명쯤 되는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하셨습니다. 또 어머니께서 선교사님들이 몇 명쯤 오셨냐고 묻자, 고 목사님은 “1200명 오셨습니다”라고 대답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때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이 고 목사님에게는 하나님의 음성처럼, 신앙 양심을 도끼로 얼음판을 깨듯이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예수님도 다녀가셨겠지?” 

어머니는 당연히 예수님께서 오셔서 대회를 축복하셨겠지 하는 감사의 말씀을 하신 것이었지만, 고 목사님께는 그것이 하나님의 음성으로 들린 것입니다. 참석자 5천명과 1200명의 선교사님들이 모여 선교의 불길이 일어났다고 감격하며 기뻐했지만, 만약 예수님이 그 자리에 계시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한 주간 무엇을 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그날 고 목사님은 이제부터 무엇을 하든 오직 예수님 한 분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굳센 다짐을 하시게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 중심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지금까지 고 목사님의 인생을 이끌어온 원동력이었습니다.

토마스 아퀴나스: 경외감에 빠져 말문이 막히다!

교회 역사상, 천상의 예수님을 황홀하게 경험한 인물들 중 하나로 신학 분야의 거장, 토마스 아퀴나스(1224-1274)가 있습니다. 그는 서구 문명의 신학의 아버지로 불릴 만큼 방대한 양의 신학 서적을 남겼습니다. 대표적으로 신학대전(Summa Theologica)와 같은 작품들이 그를 신학 사상의 큰 기둥으로 자리잡게 했습니다.

그러나 아퀴나스는 죽기 90일 전, 신비로운 체험을 하게 됩니다. 1273년 12월 7일, 성 니콜라우스 축제일 아침 미사 중, 그는 직접 황홀한 예수님을 접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신학에 대해 방대한 분량을 쏟아낸 아퀴나스가 이 경험에 대해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그는 그 경험을 아름다운 문체로 풀어냈을까요? 아니었습니다. 그의 반응은 바로 침묵이었습니다. “Awestruck dumb”—경외감에 빠져 말문이 막힌 것입니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빛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그 후, 아퀴나스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자신이 평생 쓴 모든 신학 대전이, 그 천상 예수님의 옷깃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의 황홀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고백했습니다. 그의 말은 이렇게 요약될 수 있습니다: 그 모든 신학적 사유와 연구도, 예수님과의 한순간의 만남 앞에서는 그저 지푸라기 같을 뿐이었다고.

이 “압도적인 존재성 앞에 반응하는 인간”에 대해 루돌프 오토(Rudolf Otto)는 “성스로움의 의미(The Idea of the Holy)”라는 저서에서 설명합니다. 마르부르크 대학교 (Universität Marburg: 가장 오래된 개신교 신학교) 교수인 그는 1911년, 모로코 마라케시의 한 유태인 회당을 방문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카도쉬 카도쉬 아도나이” (“거룩 거룩하신 주시여”)라는 찬양을 반복하며 기도하는 랍비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그는 갑자기 신적인 체험을 하게 됩니다. 이 경험을 계기로 그는 “공포와 전율”이 “숭고와 장엄”, 그리고 “매혹과 열광”으로 변화되는 인격적인 성스로움을 회복하게 되는 과정을 기록한 “성스로움의 의미”라는 저서를 남기며, “numinous”라는 개념을 제시하게 됩니다. 

바로 이 숭고하신 예수님과의 직접적인 만남의 체험(numinous)이 우리로 하여금 디에게시스의 폭력이 아닌 참 미메시스의 삶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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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됩니다

고목사님의 깊은 연구에 따르면, 다음 세 인물은 그들의 각 분야에서 장엄하신 예수님, 숭고하신 예수님, 우렁차신 예수님을 잘 나타낸 인물들의 대표입니다:

• 베토벤 (음악)
• 도스토에브스키 (문학)
• 키르키고르 (철학)

글이 또 이렇게 길어졌습니다. 여기까지 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후에 제 3파트에서는 베토벤의 이야기로 시작하며 마무리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