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수서원 Part 3

(지난 번 예수서원 제2파트를 이어 마지막 파트입니다. 미처 못 읽으신 분들은 이해를 돕기 위해 먼저 제1파트와 제2파트를 읽으시기 바랍니다. English is here.)

지난 번에 우리는 바울이 만난 숭고한 예수님과, 그 예수님에 올인 한 고석희 목사님, 토마스 아퀴나스의 삶을 “이야기”라는 형태로 접했습니다. 이 예수서원 55기 후기의 마지막 파트는 베토벤의 이야기로 시작하겠습니다.

루드위그 반 베토벤: “나는 베토벤이야!”

베토벤은 숭고한 예수님을 만나 인생이 완전히 바뀐 인물 중 하나입니다. “예수님에 충만하면 이 세상은 배설물이 된다”는 진리를 그의 음악을 통해 고백한 인생이었습니다.

베토벤은 많은 글을 남기지 않았지만, 그의 음악과 편지들 속에서 그의 사유와 고뇌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로망 롤랑의 저서 [베토벤]을 고목사님께서는 적극 추천하십니다.) 다음은 롤랑의 저서를 바탕으로 고석희 목사님께서 엮은 아름다운 간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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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년 10월 6일, 하일리게슈타트의 한 초막에서 베토벤은 유서(Heiligenstadt Testament)를 작성합니다. 6년 간의 절망적인 시기를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자결을 결심하고 사랑하는 동생들에게 남긴 편지였습니다. 각종 질병과 네 번의 실연, 그리고 청력을 잃게 되는 충격적인 진단. 그는 다음과 같이 적습니다:

“죽음 외에는 나를 해방시킬 방법이 없다… 음악이 내 유일한 밧줄이었는데, 음악가에게 난청이라니… 이보다 더한 불가사의한 모순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4일 후인 10월 10일, 베토벤은 전혀 다른 내용의 유서를 남깁니다. 그가 남긴 글은 이렇습니다:

“아버지 하나님! 나는 죽을 수 없습니다! 나에게 삶의 기쁨을 주소서!”

그 4일 사이에 도대체 베토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로망 롤랑는 베토벤이 4일 간의 고독 속에서, 더 높은 차원의 영적 존재와의 만남을 경험했다고 주장합니다. 바로 나사렛 예수님과의 만남, 특히 겟세마네 동산에서의 고통 속에 있는 예수님의 모습을 만난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하일리게슈타트의 사건 직후, 1803년 4월 5일 베토벤은 Christus am Ölberge (그리스도의 올리브 산에서의 기도)라는 오라토리오를 작곡합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체포되기 전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시는 장면을 묘사한 음악적 작품입니다. 롤랑는 이 작품의 감정적인 강렬함을 베토벤의 영적 만남과 연결 지으며, 그가 만난 숭고한 예수님과의 깊은 영적 경험을 예술적으로 표현했다고 해석합니다. 이 작품은 놀랍게도 단 14일 만에 작곡되었습니다.

롤랑는 이 오라토리오가 베토벤의 인생의 전환점을 의미한다고 믿습니다. 이 작품의 작곡은 베토벤의 감정적, 심리적 회복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이었습니다. 특히 고통과 희망, 초월적인 주제들이 베토벤의 내면의 변화를 반영하며, 그는 절망에서 새로운 목적을 찾고 삶을 다시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이 영적 “각성”이 그로 하여금 자살의 욕구를 넘어, 삶을 재발견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것입니다.

롤랑에 따르면, 이 위기 이후의 베토벤의 예술적 작품들은 그가 겪은 영적 변화를 반영한다고 합니다. 그는 생애 동안 약 722곡을 작곡했는데, 특히 그의 후반기 교향곡과 현악 사중주들은 고통을 초월하고 더 높은 차원으로 나아간 예술적 표현이었습니다. 베토벤은 더 이상 고통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고, 고통 속에서 더 깊은 의미를 찾았으며, 이 “범속성에서 숭고성으로” 향하는 그의 의식의 혁명은 그의 가장 위대한 작품들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피아노 소나타 32번 C단조, Op. 111 (1822)
피아노소나타 32번은 베토벤의 내적 갈등을 담은 첫 번째 악장과, 그의 초월적인 변화를 나타내는 두 번째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은 고통에서 평화로의 변화를 나타내며, 그의 구속과 숭고함을 향한 여정을 표현합니다.

교향곡 9번 D단조, Op. 125 (“합창”) (1824)
교향곡 9번의 마지막 악장인 환희의송가는 베토벤의 영적 여정의 절정을 나타냅니다. 이 교향곡은 고통을 초월한 기쁨과 인류의 보편적인 형제애를 선언하는 작품으로, 개인적인 절망에서 벗어나 인류의 승리와 희망을 표현합니다.

현악 사중주 13번 B♭장조, Op. 130 (1825)
이 사중주는 어두운 곳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여정을 나타냅니다. 카바티나는 깊은 슬픔을 표현하지만, 그로세퓌게 (원래는 마지막 악장)는 그의 승리를 선언하는 복잡하고 강렬한 음악적 승리입니다. 이 사중주는 베토벤이 범속성의 고통을 넘어 숭고한 결말을 이루어가는 감동적인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로망 롤랑은 베토벤의 음악을 “단순성, 순수성, 권능성이 넘치는 숭고성 그 자체의 음악”이라고 평가합니다.

마지막으로, 베토벤의 이런 “존재 자체의 충만성”을 잘 나태는 이야기 몇개를 소개합니다. 당대의 가장 위대한 천재인 괴테가 베토벤을 방문한 일이 있었습니다. 두 사람이 고가의 거리를 걸을 때, 사람들은 그들을 알아보고 존경의 뜻으로 모자를 들어 인사하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베토벤은 괴테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사람들은 괴테가 아니라 베토벤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습니다.” 또 한 번, 그들이 거리를 걸어가고 있을 때 어느 왕족을 만났습니다. 베토벤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 왕족이 길을 비켜줄 때까지 멈추지 않고 그 길 한 가운데를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베토벤은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나는 베토벤이다!” 죽음을 앞둔 1827년 3월 24일,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친구들이여, 박수갈채를! 나의 삶의 축제, 고난을 뚫고 환희로 가는 희극은 이제 끝났다!” 이렇게 베토벤의 삶과 음악은 고난 속에서 환희를 향해 나아가는 여정을 보여줍니다. 

베토벤은 한마디로 참 멋있는 인생을 산 위인이었습니다.  그의 삶의 간증은 우리 모두를 숭고하신 예수님과의 깊은 만남으로 초대합니다. 바울이 빌립보서 3장 8절에서 고백한 것 처럼, 우리도 “내가 우주를 창조하신 숭고한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하므로, 그를 인하여 모든 것을 잃어 버리고 배설물로 여김은, 그리스도에게 발견되려 함이라”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숭고하신 예수에 충만하면 이 세상은 배설물이 됩니다.

예수를 나의 구주 삼고 성령과 피로써 거듭나니 
이 세상에서 내 영혼이 하늘의 영광 누리도다

온전히 주께 맡긴 내 영 사랑의 음성을 듣는 중에 
천사들 왕래하는 것과 하늘의 영광 보이도다

주 안에 기쁨 누림으로 마음의 풍랑이 잔잔하니 
세상과 나는 간곳없고 구속한 주만 보이도다

인간 배홍철: 코나투스의 비결을 배우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고목사님께서는 세상의 철학과 문학을 섭렵한 분으로, “예수 구원 전의 원죄 상태에 있는 인간”과 성령의 역사로 새로운 피조물이 된 “성도로서의 인간 상태”를 명확하게 구분하여 설명해주십니다. 독일어 원어까지(Das Sein, Das Seiende, Da Sein..) 동원하시며 열심히 설명해 주셨지만, 개인적으로 물리학을 전공한 “공돌이”로서 그 부분이 조금 어렵게 느껴졌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과정에서 제가 얻은 중요한 통찰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스피노자의 ‘코나투스’입니다.

사실 예수서원 참석 전에도 좌파/공산주의의 사탄적인 뿌리를 연구하면서 고대 유태인 전통에서 나오는 “옛저 하라(יֵצֶר הַרַע)” [“옛저 하토브”(יֵצֶר הַטוֹב)와 상통되는, 대략적으로 “악한 의지”로 번역될 수 있는 개념]에 대해 배운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개념이 꼭 “악한 의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것이, 고대 유태인 전통에 의하면, 처음 하나님께서 인류를 창조하실 때에는 이 “옛저 하라” 없이 선한 의도만 주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창조된 인간은 모든 것에 만족하며 아무런 창조적인 노력이나 야망이나 성취를 향한 드라이브가 없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가 매우 인상 깊어서 제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예수서원 강의에서도 그와 비슷한 개념인  “코나투스”를 접하게 된 것입니다. 이 개념은 혹 “힘에의 의지”, 혹 칼융의 “리비도”와도 비슷한 개념으로, 고목사님은 다음과 같이 정의하십니다: “코나투스는 바로 자기 동일성을 유지하고 싶은 드라이브”이다 라는 것입니다. 원죄에 갇힌 옛사람이든, 성령 충만으로 새 피조물이 된 성도든, 우리 모두에게는 이 코나투스가 있어 모든 진보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은 참으로 중요한 인사이트입니다. 특히 크리스천으로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사랑의 원리를 실천 할 때 “칭찬”이라는 언어로 서로의 코나투스를 북돋아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가까운 사람일수록 이 정기적인 칭찬이 더욱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셨습니다. 

저는 경상도 보수적인 가정에서 자란 사람이라 이 가르침이 충격적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지금의 제 자신을 돌아보면, 저희 가정은 “가족일원을 향한 칭찬에 인색한” 집안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저희 집안에서는 “대의멸친(大義滅親)”, 즉 큰 뜻을 위해 개인적인 감정을 버리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습니다. 그 결과, 집안 사람들에겐 전혀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는 제 자신을 깊이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아래에는 “바보야, 결론은 후반전이야” (두상달.김영숙, 도서출판 행복에너지, 2023)이라는 책에서 발견한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기적의 말 11가지]를 인용하고자 합니다(p. 215):

1. “여보, 힘들지? 수고했어.” [배려] 
2. “난 자기밖에 없어.” [의지] 
3. “난 자길 믿어. 힘내.” [존경] 
4. “당신이 자랑스러워.” [격려] 
5. “당신 뜻대로 해봐요.” [신뢰] 
6.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용납] 
7. “온종일 애들하고 힘들었지.” [이해] 
8. “당신 음식 솜씨는 장모님 닮아서 최고야.” [칭찬] 
9. “사랑해. 당신과 함께해서 행복해.” [사랑] 
10. “내 잘못이야. 미안해. 용서해줘.” [용서] 
11. “당신 예뻐. 사랑해. 멋있어요.” [표현]

또 이번 예수서원 참석 직 후 온 가족이 꿀같은 1박2일을 뉴욕시에서 보냈는데, 그 때 관광을 하며 제 두 아들들에게 “코나투스에 불을 붙여주는 칭찬의 말”을 실험삼아 몇 번 해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평소에는 핀잔을 줄 상황에서도 이렇게 말해보았습니다: “아빠는 네 나이 때 이랬는데, 너는 어떻게 아빠보다 훨씬 더 똑똑하고 훌륭하니? 정말 자랑스럽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제 눈 앞에서 마치 실시간으로 꽃이 피듯, 아들들 얼굴의 표정이 살아나는 것을 목격한 것입니다. 그 후 아들들은 계속 기분이 업되어 “어떻게 더 아빠를 기쁘게 할 수 있을까”하며 머리를 굴리는 모습을 보였고, 그 순간 제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 찼습니다. 

이 모습을 보며 저는 속으로 깊이 회개했습니다. 그동안 아들들에게 화만 내고 칭찬은 부족했던 제 모습을 반성하며, 이제부터는 언어의 습관을 고쳐 아들들의 코나투스에 불을 계속 붙여주는 좋은 아버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날 저녁, 자유의 여신상 투어 보트 위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조용히 다짐하였습니다.

인간 배홍철: 멘토를 만나다.

이 3파트에 걸친 예수서원 55기 후기를 읽으신 분들이라면 이제 아시겠지만, 저는 이번 기회에 고석희 목사님을 만나게 된 것을 진심으로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제 나이 딱 두 배이신 인생의 대선배 이시자, 제가 정말 닮아 가고 싶은 멘토이십니다. 겸손하시고, 끊임없는 배움의 열정을 지니셨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예수님 한 분만을 온전히 사랑하며 사는 삶이 얼마나 숭고하고 풍성하며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몸소 보여주신 선생님 이십니다. 앞으로 예수님 다시 오시는 그날까지 스승으로 모시며 많이 배우길 원합니다.

감히 부족한 제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이번에 고석희 목사님과 저 사이에 여러 가지 유사점을 발견한 점도 개인적으로 큰 기쁨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2011년 결혼 기념으로 구입한 개역개정 국한문(國漢文) 성경을 늘 애용하고 있는데, 역시 목사님께서도 사용하고 계시는 것을 보고 무척 기뻤습니다 (저로썬 처음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서예나 사진 같은 취미, 부르짖는 기도의 영성, 무엇이든 한 가지를 파면 끝까지 파는 끈기, 특히 변증에 대한 열정, 남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할 줄 아는 넉넉한 인격, 투철한 멸공정신 등 여러 면에서 목사님과 공감대를 느꼈습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내가 나이 80이 되었을 때, 꾸준한 독서와 공부, 그리고 내공을 쌓아 고석희 목사님과 같은 삶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소망을 품으며 제 삶의 여정 속에서 그분께 많은 가르침을 받고 싶습니다.

마치면서

3파트에 걸쳐 후기를 남겼지만 이번 예수서원에서 배운 내용을 반도 채 못 기록한 것 같습니다. 이번 3파트에서 우리는 숭고한 예수님을 만난 베토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의 삶은 고난 속에서도 예수님 안에서 환희를 발견한 여정이었고, 그의 음악은 그 만남을 통해 드러난 하나님의 섭리를 노래하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베토벤이 자신의 고난을 음악으로 승화시켜 숭고한 아름다움으로 표현했듯이, 우리도 숭고하신 예수님을 깊이 만나고 그분의 사랑 안에 거할 때, 그 사랑이 우리의 삶과 사역에 깊이 흘러들어갈 것입니다.

이번 일주일 동안의 놀라운 가르침과 사랑을 묵상하면서 계속 떠오른 성경 구절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사도행전의 마지막 절입니다:

“바울이 자기 저택에서 머물면서 자기에게 오는 모든 사람을 다 영접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며 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모든 것을 담대하게 거침없이 가르치더라”

사도행전 28장 30-31

뉴욕 롱아일랜드의 고석희 목사님의 아름다운 저택에서 이번 예수서원을 참석하며 제 아내와 저도 조그만 비전이 생겼습니다. 바로 “런던 예수학당”과 같은 공간을 마련하여, 우리에게 오는 모든 사람들을 영접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며, 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모든 것을 담대하게 가르치며 제자를 세우는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님 다시 오실 날이 정말 가까이 다가왔음을 믿습니다. 세상의 혼란과 어둠이 깊어가는 이 말세의 마지막의 마지막, 복음의 빛은 더욱 강렬하게 비추어야 합니다. 우리의 소원을 하나님의 뜻에 맞추고 입을 크게 열 때, 때가 되면 온 우주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이런 비전을 이루는 데 필요한 모든 여건을 신실하게 마련해 주실 것을 믿습니다. 우리의 부르심은 지금 이곳에서 충성스럽게, 담대하게, 그리고 기쁨으로 복음을 살아내고 전하는 것입니다—마치 베토벤이 자신의 음악을 통해, 그리고 바울이 자신의 생애를 통해 보여준 것처럼 말입니다.

마라나타! 주 예수여 어서 오시옵소서!